예전엔 그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해야 동의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나와 생각이 조금 다를 수 있어도, 의견이 조금 맞지 않을 수 있어도

그 사람의 고민의 깊이를 들으며 아,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유퀴즈 157화에 나온 판사님이 그런 분이었다.

요즘 나에게 판사란 (안타깝게도) 힘있는 사람들 항상 봐주면서 약한 사람은 중형 때려버리는 인간, 거시기 잘라서 사회적 매장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창창한 젊은 나이에' '다만' '앞날이 전도 유망해서' '반성문 써왔으니까' 성범죄자 집행유예 주고 선처 남발하는 사회의 쓰레기 같은 회의감이 강해지는 직업군 중의 하나였다. 

 

판사하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회의 최고층(?)인데, 그런 사람이 '회의감', '무력감'을 언급하는 것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박주영 판사의 입에서 나온 문장 하나하나가, 유려하지만 그 말 속에 고통과 고민의 시간들이 무척 깊으셨으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위 '감성팔이'라고 비판 받을 수 있음에도, 개인에게 쏟아질 수 있는 비판도 감수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모습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정의', '선'과 같은 추상적이고 거창한 단어가 아니라 - 그러면 회의하게 된다는 말까지 - 

스스로가 느끼는 '염치'를 통해 세상을 바로 살아 나가려 노력하는 모습에 

요즘 사회에 회의감을 느끼던 내 자신도 어떤 힌트를 넘본듯했다.

 

'척추의 신' 정성근 교수, 어린 시절의 아픔을 오히려 세상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임천숙님, 선한 영향력 그 자체인 유지태 배우까지 다시 찾아 보고 싶은 편 중 하나였다.

사람은 다면적이고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만나겠지만, 이렇게 본인이 계신 자리에 대해 고민하고, 또 실제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분들에게 별 탈 없이 오래도록 본인의 소중한 것들을 잘 지켜가시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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